최근 육아에 대한 고찰을 계속 써왔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글을 쓰고 뒤돌아 후회하고 반성해도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매번 다짐하고 화내지 않겠다고 노력했건만, 한번 그 노력을 무너뜨리니 이 후에는 고삐 풀린 듯이 또 화내는 내 자신을 바라보는데요.
요즘 들어 또 다시 아이와 남편에게 화를 내는 내 자신이 보입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음날 또 화를 내고.. 아이는 울고 나는 인상을 쓰고 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분노의 시발점
저번 주말에 집 근처 공원이나 하자 해서 갔던 것이 시발점이 되었는데요. 공원에 가기 위해서 저는 걸어가자고 했고, 남편은 다리가 아프다며 그냥 차를 타고 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5월은 모두들 야외에서 놀고 싶은 달이죠. 그렇기에 주차 자리가 없을 거라고 확신했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타고 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기다려도 주차 자리가 나올 그런 레벨이 아니었네요. 짐을 한가득 싸갔기에 그냥 가기도 아쉬운 마음에 공원에서 훨씬 먼 곳에 차를 세우고 웨건을 끌고 공원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날은 고생하려고 그런건지 굳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을 때 까지 아무데나 자리를 잡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결국 거의 한시간을 웨건을 끌고 힘겹게 자리를 잡고 3시쯤에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네요.
저도 그러면 안되는데, 남편에게 그러니까 걸어오자고 했자나…라고 몇 번이나 얘기를 했는지 모릅니다. 모두 고생스러운 상황에서 원망의 말을 하는 순간 ‘함께 고생’은 끝난 거죠. 그렇게 서로 원망과 분노로 나들이를 가게 되었네요.
아이는 엄마한테만 칭얼거린다
그 후 늦게 집에 오고 부랴부랴 저는 아이를 씻기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본인이 만든 파스타를 매우 좋아하기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팠던지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아이가 씻고 나와서 배가 고팠는지 과자와 간식을 달라고 저에게 졸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빨리 아이 저녁을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남편은 아무래도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 중이여서 파스타에만 더 신경을 쓰더군요. 그 사이 아이는 계속 저에게 땡깡을 쓰고 있었고요. ( 그 날 점심 아이는 라면을 먹은 터라 저녁은 간장계란비빔밥을 해 줄 생각이었네요.)
그렇게 저는 또 남편에게 화를 냈습니다. 아이 음식부터 먼저 안 챙기고 뭐 하는 거냐며………..
지금 생각해도 이 부분은 화나는 포인트긴 한데요. 어쨌든, 제 남편은 제가 화내면 깨갱 하는 스타일이라 같이 싸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속은 상하겠죠.
오늘 하루 참 안 풀렸는데, 다 본인 탓인 거 같아 힘들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스있게 행동하지 못하니 계속 와이프에게 욕먹고 잔소리 듣는 거긴 합니다.
육퇴는 언제하나
그 날 저녁 아이를 재우는데, 아이는 웨건에서 낮잠을 오래 잔 터라 또 잠을 안자더군요. 아이는 제 팔꿈치를 만지는 습관이 있어서 아이가 잠들기까지는 저는 정말 계속 묶여 있어야 했는데요.
11시가 되도 잠이 안오는지 계속 팔꿈치를 만지고, 11시 반이 되도 잠이 들지 않고,,, 11시 50분쯤 잠이 든 것 같아 일어나려니, 다리가 아프다고 아이가 또 깨더군요. 그 사이 남편은 하루종일 웨건을 끌고 걷느라 힘들 었던지 코 골고 자고 있었구요.
저는 결국 폭발해서 아이에게도, 자고 있는 남편에게도 화를 내면서 제 얼굴에 이불을 덮어버렸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아이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울컥하면서요..
아이는 엉엉 울었지만, 저는 아이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남편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비 뒀습니다. 남편은 잠결에 깨서 우는 아이를 챙기고 저는 이불을 덮고 괴로워 하고 있는 모습…
육아는 너무 어렵다
왜 아이를 안 낳는지 알 것 같습니다. 누가 아이를 키우는 지침서를 알려줬더라면 이렇게 안 힘들었을까요. 잠은 무조건 남편이 재워야 한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육아휴직 동안 남편이 힘들까봐 혼자 아이를 재우던 버릇이 이제 5살이 넘을 때까지 엄마쟁이가 되어 있고, 저는 하루종일 아이와 육아에 묶여 있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재직 중일 때 육아에 무지했던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 때 엄마와 애착이 잘 되었더라면, 아니면 아빠와 애착 형성을 잘 시켰더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아니면 내가 정말 인내심이 없어서 이러는 걸까, 내가 너무 부족하고 감정 조절을 못 하는 걸까 자책감이 듭니다.
즐거웠을 뻔한 나들이가 주차 하나로 인해 이렇게 괴로운 하루를 만들어 버렸네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모든 원인은 다 저에게 있겠죠. 아니네요. 센스 없고 수동적인 남편에게도 있는 듯 합니다.
본능적으로 아이는 엄마에게 갑니다. 그렇기에 남편들은 아내보다 더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도 아빠 보단 엄만깐요. 그래도 그렇게 노력해서 아이를 잘 봐주고, 세심한 부분에서 계속 배려를 한다면 분명 균형이 맞는 육아아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이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p.s- 이번 글을 분노와 힘듦을 토로하는 글이네요. 다시 읽어보니 남편이 육아를 안 하는 것 같은데, 남편도 육아 참여를 하긴 합니다. 다만, 아이가 남편에게 잘 안 갑니다. 코드도 저와 더 잘 맞고 제가 봐도 남편 재미없습니다. 이제 아이와 관련된 건 같이 있다면 모두 남편에게 시켜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알아서 하는 남편이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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